국민연금 장애연금 1년 6개월, 무조건 기다려야 할까?
형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가장 답답했던 게 하나 있었습니다.
응급수술은 잘 끝났지만 혼자 예전처럼 생활하기는 아직 어렵고, 앞으로 재활치료도 1~2년은 생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직장 복귀는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고 소득 문제도 걱정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장애연금을 알아보다 보니 계속 눈에 들어오는 숫자가 있었습니다.
‘초진일부터 1년 6개월’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지금 당장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게 눈에 보이는데 왜 1년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그리고 더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모든 장애연금 신청자가 정말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알아보니 꼭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1년 6개월 후에 신청하는 줄 알았습니다
국민연금 장애연금을 검색하다 보면 ‘초진일부터 1년 6개월’이라는 말이 정말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받아들였어요.
“아, 큰 병이나 사고가 생겨도 1년 6개월이 지나야 장애연금을 신청할 수 있구나.”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국민연금에서 중요한 것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채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장애 상태를 언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형처럼 뇌출혈로 쓰러져 재활을 시작한 사람은 처음 몇 달 동안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일어서기조차 어려웠는데 재활을 하면서 걷기 시작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했던 것보다 후유증이 오래 남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사고나 질병이 생긴 직후 모습만 가지고 앞으로 남게 될 장애를 바로 판단하기 어려운 겁니다.
그렇다면 1년 6개월은 무엇을 의미할까?
쉽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형이 뇌출혈로 처음 병원에서 진료받은 날이 있다고 해볼게요.
그날이 초진일입니다.
그리고 치료와 재활을 계속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장애 상태가 어느 정도 고정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초진일부터 1년 6개월이 되기 전이라면, 그 시점이 장애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년 6개월이 될 때까지 상태가 고정되지 않았다면 초진일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날을 기준으로 장애 정도를 판단합니다.
그러니까
“누구든 무조건 1년 6개월 동안 기다렸다가 장애연금을 신청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완치’라는 말을 보고 더 헷갈렸습니다
국민연금 장애연금 자료를 찾아보면 또 하나 이상한 표현이 나옵니다.
바로 ‘완치일’입니다.
뇌출혈로 장애가 남았는데 완치라니.
저도 처음에는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보통 완치라고 하면 병이 다 나아서 예전처럼 건강해진 상태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국민연금 장애심사에서 말하는 완치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병이 의학적으로 치료된 경우도 있지만,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증상이 고정됐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완치의 개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 완전히 건강해졌다.”
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치료를 계속해도 현재 남은 장애가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는 의미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걸 알고 나니 1년 6개월 기준이 조금 이해됐습니다.
형이 1년 안에 상태가 고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형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계속 재활치료를 받았다고 해볼게요.
그런데 초진일부터 10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치료를 충분히 했음에도 현재 장애 상태가 고정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무조건 나머지 8개월을 더 기다렸다가 1년 6개월을 채워야만 장애를 판단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국민연금 기준상 초진일부터 1년 6개월 전에 완치일이 있다면 그 완치일을 장애결정기준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속 재활치료가 진행되고 있고 장애 상태가 아직 고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초진일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가족이 마음대로 “이제 상태가 고정됐습니다” 하면 될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환자나 가족이 보기에
“이제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
라고 판단한다고 해서 바로 완치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연금 장애심사에서는 진단서와 의무기록, 치료내용, 검사자료 등을 가지고 장애 정도와 상태를 판단합니다.
필요한 경우 추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다시 심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초진일부터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았고 아직 증상이 고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치료 경과를 더 지켜본 뒤 다시 장애등급을 심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날짜를 가족이 미리 단정하기보다는 치료 경과를 남기면서 국민연금공단과 상담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그럼 1년 6개월 동안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이 질문이 가족 입장에서는 더 중요했습니다.
장애등급이 결정되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형은 그동안 계속 재활을 해야 합니다.
걸을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손이나 팔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혼자 식사하거나 씻고 옷을 입을 수 있는지,
말하거나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얼마나 남는지,
치료를 받으면서 하나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과정이 나중에 장애 상태를 판단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라도 치료기록을 가능한 한 잘 챙겨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응급실 진료기록,
수술기록,
CT와 MRI 같은 검사자료,
퇴원 후 외래진료 기록,
재활의학과 진료기록과 검사결과 등을 빠뜨리지 않고 관리해두는 겁니다.
국민연금 장애심사에서도 초진일과 장애결정기준일의 진료기록 및 검사자료 등을 중요한 심사자료로 봅니다.
재활을 열심히 하면 장애연금을 못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가족 입장에서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재활해서 많이 좋아지면 장애등급이 안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생각의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형이 다시 걸을 수 있고,
혼자 밥을 먹고,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장애연금을 받기 위해 장애가 남기를 바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국민연금 장애연금은 회복할 수 있는 사람에게 회복하지 말라고 주는 돈이 아니라, 충분한 치료를 했는데도 장애가 남았을 때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이 아니라 재활입니다.
다만 재활하는 동안의 과정을 제대로 기록해두자는 것입니다.
뇌출혈 말고 교통사고나 다른 질병도 1년 6개월을 볼까?
이번 이야기는 형의 뇌출혈로 시작했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뇌출혈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큰 후유장애가 남았거나,
뇌경색이나 다른 질병으로 신체기능에 장애가 생겼거나,
치료 후에도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계속 남는 경우라면 장애연금 심사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때도 중요한 것은 병 이름 자체가 아니라 초진일과 치료경과, 그리고 실제 남은 장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내 병은 장애연금 대상 질병인가?”만 검색하기보다
“내 초진일은 언제인가?”
“현재 상태가 어느 정도 고정됐는가?”
“국민연금 납부조건은 충족하는가?”
이 순서로 확인하는 게 훨씬 현실적입니다.
1년 6개월이 됐다고 자동으로 장애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 부분은 꼭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초진일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고 국민연금 장애연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1편과 2편에서 이야기했던 초진일 요건과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그다음 실제 장애정도를 심사합니다.
심사 결과 국민연금 장애등급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장애가 경미하다면 장애연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1년 6개월은
“이날이 되면 무조건 장애연금을 받는다”
는 날짜가 아니라,
장애 상태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점으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형의 재활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형이 처음 쓰러졌을 때는 하루하루가 급했습니다.
수술만 무사히 끝나면 좋겠다 싶었고,
수술이 끝나자 이번에는 언제 걸을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다음에는 직장과 생활비 걱정이 생겼고, 그러다 국민연금 장애연금까지 알아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지금 이렇게 힘든데 왜 1년 6개월이나 기다리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중요한 건 1년 6개월을 기다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회복되는지 보고, 그래도 남은 장애가 있다면 그 상태를 제대로 판단받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지금 할 일도 조금 분명해졌습니다.
형은 최대한 재활에 집중하고,
가족은 초진일과 치료과정, 검사자료와 재활기록을 잘 챙겨두는 것.
그리고 상태가 어느 정도 고정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오면 병원과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연금 심사 가능 시점을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몇 급이 나올지 계산하는 것보다 그게 먼저였습니다.
다음 편|그래서 장애연금 몇 급이고, 매달 얼마 받을까?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면 결국 가장 궁금한 문제가 남습니다.
“장애연금 대상이 된다면 도대체 몇 급을 받을까?”
그리고 또 하나.
“한 달에 얼마가 나올까?”
국민연금 장애등급은 1급부터 4급까지 있지만 병명만으로 등급을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4편에서는 형처럼 뇌출혈 후유증이 남은 경우를 예로 들어 장애등급을 어떤 기준으로 보는지, 1~3급은 연금이 어떻게 계산되고 4급은 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지 실제 금액까지 비교해보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1편|뇌출혈로 쓰러졌다면 국민연금 장애연금 받을 수 있을까?
2편|국민연금 10년 못 냈는데 장애연금 받을 수 있을까?
공식자료
국민연금공단 장애연금 안내
https://www.nps.or.kr/pnsinfo/ntpsklg/getOHAF0065M0.do?menuId=MN24001120
국민연금 고객센터
국번 없이 1355
※ 장애결정기준일과 장애연금 수급 여부는 개인의 질병·부상, 초진일, 치료경과, 완치 여부, 국민연금 가입·납부내역 및 실제 장애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