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단독주택이 좋다면서 왜 집을 팔려고 하지?”
요즘 내가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하면 주변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나 역시 이 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아파트에서 약 15년을 살다 지금의 전원형 단독주택으로 옮겼고, 벌써 7년을 살았다.
넓은 마당도 좋았다.
아내와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도 좋았고, 저녁마다 잔디밭을 걸으며 정원을 손질하는 것도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집을 팔려고 한다.
이유는 단독주택이 싫어져서가 아니다.
가족의 모습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했고 이제 직장 때문에 집에 거주하지 않는다.
75평 집에 아내와 나 둘만 남았다.
그때부터 내가 생각하는 은퇴 후 주거 선택의 기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좋은 집인데 왜 갑자기 크게 느껴질까
우리 집은 주차장을 제외한 연면적이 약 75평이다.
지하에는 차량 4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벙커형 주차장이 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방과 욕실이 있다.
2층에는 안방, 드레스룸, 자녀방과 욕실이 있고,
3층에도 자녀방과 욕실, 간이주방, 테라스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살 때는 이 구조가 좋았다.
각자 자기 공간이 있으면서도 한집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녀들이 독립하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사용하지 않는 방이 생긴다.
사용하지 않는 층도 생긴다.
부부 둘이 사용하는 공간보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더 많아진다.
집이 작아진 것은 아닌데 가족이 줄면서 갑자기 집이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집의 적정 크기는 평수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 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자녀가 독립하면 집의 역할도 달라진다
아이들이 함께 살 때의 집과 부부 둘만 사는 집은 필요한 기능이 다르다.
예전에는 자녀방이 필요했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넓은 거실도 좋았다.
주차공간도 넉넉할수록 편했다.
가족과 지인들이 모이는 공간도 필요했다.
하지만 자녀가 독립하면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방이 많을 필요가 줄어든다.
여러 층을 계속 오르내릴 이유도 줄어든다.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 공간 역시 적당한 것이 편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작은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게는 지난 7년 동안 단독주택에서 누렸던 생활이 이미 익숙해졌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답은 단독주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이다
요즘 노후 주거를 이야기할 때 ‘다운사이징’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흔히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은 조금 다르다.
무조건 평수를 줄이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현재 가족 구성과 생활방식에 필요 없는 공간을 줄이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집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 지금 집 | 앞으로 원하는 집 |
|---|---|
| 약 75평 | 지금보다 작은 규모 |
| 지하~3층 | 이동이 편한 구조 |
| 자녀방 여러 개 | 부부 생활 중심 |
| 넓은 관리공간 | 적당한 관리공간 |
| 큰 마당 | 작은 정원·마당 |
| 단독주택 | 여전히 단독주택 |
내가 줄이고 싶은 것은 생활의 질이 아니다.
관리해야 하는 공간을 줄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을까
아파트는 분명 편하다.
집 밖의 공용공간은 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해준다.
정원을 직접 관리할 필요도 없다.
눈이 오거나 낙엽이 떨어져도 단독주택보다 신경 쓸 일이 적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편리함이 중요해지는 것도 맞다.
그런데도 나는 현재로서는 아파트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7년 동안 단독주택에서 살면서 내가 원하는 주거생활이 무엇인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바로 마당으로 나가는 것.
나무와 꽃을 보는 것.
조금씩 텃밭을 가꾸는 것.
아내와 밖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
현관문 밖이 바로 내 공간으로 이어지는 것.
나는 이런 일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은퇴 후 주거 선택에서도 편리함만큼 중요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생활방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단독주택 관리, 나이가 들면 정말 힘들까?
이 부분은 나도 앞으로 계속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정원을 관리하는 일이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녁에 20~30분씩 정원수를 손질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이가 더 들면 지금과 똑같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더욱 집의 크기가 중요하다.
75평 집과 넓은 정원을 계속 관리하는 것과,
조금 작은 집에 적당한 마당과 정원을 관리하는 것은 부담이 다르다.
결국 노후 단독주택에서 중요한 것은
“마당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음 집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 조건
집을 줄인다고 해서 아무 곳이나 옮기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앞으로 살 집에도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지금처럼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쉬워야 한다.
병원과 마트가 멀어서는 안 된다.
둘째, 교통이 편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차량에만 의존해야 하는 곳보다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중요해질 수 있다.
셋째, 너무 큰 집은 필요 없다.
부부 둘이 편하게 생활하고 자녀들이 가끔 왔을 때 머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넷째, 작은 마당이나 정원은 있었으면 한다.
내가 지난 7년 동안 가장 만족했던 생활을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찾는 집은 거창하지 않다.
생활은 편하면서, 자연과 가까운 작은 전원형 단독주택이다.
은퇴 후 전원주택이라면 입지가 더 중요해진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내가 말하는 노후 단독주택은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의 전원주택이 아니다.
나도 과거 양평에 주말주택을 가지고 있었던 경험이 있다.
외곽 전원주택은 자연환경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제 거주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병원은 얼마나 가까운가.
장을 보려면 얼마나 이동해야 하는가.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있는가.
겨울철 도로 상황은 어떤가.
나이가 들수록 이런 요소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노후의 전원생활일수록 오히려 도심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좋지만 일상생활이 불편하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집과 내가 행복한 집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이상 투자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그렇다.
가까운 분당 아파트가 크게 오른 것을 보면 가끔 아쉬운 마음도 든다.
당시 선택했던 집들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분당 일부 아파트는 약 2배 수준으로 상승했고, 내가 살고 있는 주택은 약 1.5배 정도 상승했다.
투자수익만 놓고 보면 다른 선택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7년 동안 한 가지를 배웠다.
집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자산 가치다.
다른 하나는 생활 가치다.
자산 가치는 시세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생활 가치는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었던 시간.
아이들이 집에 살면서 만든 추억.
아내와 마당에서 차를 마셨던 시간.
내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정원을 걸었던 시간.
그 시간도 내가 집을 통해 얻은 수익이라고 생각한다.
노후 주거는 투자수익률만 보고 정하기 어려운 이유
젊을 때는 주택을 선택할 때 자산 가치의 비중이 클 수 있다.
출퇴근도 중요하다.
아이의 학교도 중요하다.
집값 상승 가능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으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이 집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까?”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
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의 집을 고를 때 이 질문의 비중을 더 높이려고 한다.
은퇴 후 주거 선택,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은퇴 후 집을 고를 때 적어도 다음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지금 가족 수에 맞는 크기인가
자녀가 독립했는데 과거의 가족 규모에 맞춘 큰 집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10년 뒤에도 관리할 수 있는가
현재 편한 집이 아니라 앞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
3. 병원과 생활편의시설이 가까운가
나이가 들수록 생활 인프라의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
4. 교통이 편리한가
자동차 운전만을 전제로 집을 고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 내가 좋아하는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가
이것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집을 줄였는데 삶의 만족까지 같이 줄일 필요는 없다.
75평 집을 팔지만 단독주택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나에게 좋은 집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간도 이곳에서 함께했다.
마당과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이 집을 내놓는 것이 단순히 “큰 집이 싫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가족의 한 시기에 잘 맞았던 집이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에 가깝다.
지금은 아이들이 독립했고 아내와 둘이 산다.
그러니 우리에게 맞는 집도 달라져야 한다.
매매가 된다면 나는 근처에 있는 조금 작은 전원형 단독주택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집은 줄이지만 내가 좋아했던 생활까지 줄이고 싶지는 않다.
아파트 15년.
75평 전원형 단독주택 7년.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작은 단독주택.
내가 경험하면서 느낀 은퇴 후 주거 선택은 결국 이런 것이다.
가장 큰 집도 아니고,
가장 비싼 집도 아니고,
가장 관리가 편한 집만도 아니다.
현재의 가족과 앞으로의 내 생활에 가장 잘 맞는 집을 찾는 것.
나이가 들수록 좋은 집의 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같이 보면 좋은 글
- 도심형 단독주택 장단점, 아파트 15년 살다 7년 살아본 나의 선택
- 다음편-외곽 전원주택은 정말 좋을까? 양평 주말주택을 가져본 경험
참고자료
국토교통부 주거누리
https://www.myhome.go.kr/
